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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반] 공부할 체질
이름
채 찬 석
작성일
2014-03-13


공부할 체질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고 있는 아들의 친구인 영일이가 가끔 우리집에 놀러 왔다. 초등학교 3학년인 영일이는 우리집에 오면 놀기 보다는 책장에서 책을 골라 책만 보았다. 우리 아들은 책만 보는 영일이가 같이 놀지 않기 때문인지 함께 노는 것이 별로 즐겁지 않다고 한다. 그 아이는 집에서도 책만 보는데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그런다는 것이다. 주로 역사책을 봐, 역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지적 호기심이 강하여 책을 좋아하는 그 아이는 공부할 체질 하나를 잘 타고 난 것이다. 이와 같이 선천적으로 학구적인 체질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있다. (영일이는 그 후 초등학교에서 전교 어린이회 회장을 했고, 서울의 유명 대학에 진학하였다.)

 

그러면 어떤 점이 공부할 체질일까 ?

첫째, 지적 호기심이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평소 알고 싶은 게 많아 질문이 많다. 질문에 깊이가 있고 탐구심이 드러난다. 그래서 질문도 하고 책도 뒤적이며 나름대로 지식과 정보를 찾아낸다. 어딜 가든 책이 눈에 띄면 펼쳐 본다. 그런 지적인 호기심이 강한 아이가 공부할 체질을 갖춘 아이다.

둘째, 집중력이다. 무슨 일을 할 때 진지하게 임한다. 어떤 일에 몰두하여 옆에서 부르는 소리도 잘 듣지 못한다. 이해력이나 암기력의 원천은 집중력이다. 집중력이 강할 때, 이해를 빨리 하고 기억도 오래 할 수 있다. 설명을 들으며 딴 생각하면 이해가 늦고, 정신을 집중하지 않고 책을 보면 암기가 더딜 수밖에 없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수업 중 듣는 태도가 매우 진지하다는 게 공통점이다.

에디슨은 한번 집중하면 식사하는 일도 잊기 일쑤였다. 그렇게 몰두하는 에디슨에게 제자들이 한번 장난을 쳤다. 종이를 말아 담배처럼 만들어 선생님인 에디슨에게 담배라고 드리고 불을 붙여 드렸다. 에디슨은 그것이 종이인 줄도 모르고 담배를 빨며 연구를 계속했다. 엄청난 집중력 때문에 담배 맛도 몰랐던 것이다.

셋째는 지구력이다. 책상 앞에 앉으면 몇 시간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공부 못 하는 아이를 보면 매우 산만하다. 수업이 지루하여 수업 중 장난을 치거나 옆 친구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야기를 못하게 하면 졸거나 자꾸 움직인다. 또 집에서 공부할 때에도 자꾸 딴전을 피운다. 책을 펴고 있으나 TV를 자꾸 보며, 여기저기 전화를 걸거나, 가족에게 질문이나 말을 걸며 자주 움직인다.

 

그러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보면 수업 중 매우 진지하게 듣고, 학습 내용을 공책이나 머릿속에 정리해 둔다.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던 고등학교에 재직하던 시절. 내가 맡은 반의 한 학생이 학년 전체에서 1등이었다. 그는 나중에 서울 법대에 진학하였고 사법고시에 합격하였다. 그는 수업시간에 부동자세에 가까웠다. 교사의 말에 집중한다. 필기나 메모도 거의 하지 않는다. 오직 학습내용을 눈이 빠져라 보며 경청에 몰두했다. 아마도 교사의 말에 집중하며 암기를 하거나 기억을 위한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번 책상에 앉으면 식사할 때나 화장실에 갈 때 외에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공부에 몰입하기 위해 다른 일을 보지 않는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길다.

 

성공인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실천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실천력과 성취력이 강한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나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공부 역시 어려움을 인내하고 극복해 낼 수 있는 실천력이 있어야 한다. 대개의 아이들은 공부하다 졸리면 내일 새벽에 공부할 터이니 새벽에 깨워달라고 부모에게 당부하고 잔다. 부모는 새벽에 아이를 깨우기 위해 긴장을 풀지 않은 채 잠을 편히 자지 못하고 새벽에 아이를 깨운다. 이때 실천력이 있는 아이는 한두 번 부르면 일어나는데, 실천력이 약한 아이는 여러 번 불러도 대답만 할뿐,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몸을 흔들어 깨우면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난다고 대답하고 다시 잠들어 버린다.

 

내가 대입 준비 시절, 늦잠으로 예정 시각에 일어나지 못했을 경우, 나는 밥을 굶었다. 내가 밥을 먹지 않고 등교하는 것을 마음 아프게 여긴 부모님은, 다른 방법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밥은 먹어야 힘내서 공부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했지만 내 자신과의 약속을 어길 수는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은 마음 든든하게 여겼고, 대견하게 생각했다. 실천력은 의지력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의지력에 비례해서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생각, 아무리 좋은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실천하지 않는 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실천하지 않는 계획은 그야말로 헛된 꿈이다. 꿈이 꿈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앞에서 제시한 세 가지의 공부할 체질을 타고 나지 못한 아이는 공부를 포기해야 하는가 ? 그건 아니다. 체질 개선이란 말이 있다. 체질을 개선하면 된다. 선천적으로 공부할 체질을 타고난 아이도 있지만, 후천적 노력으로 어느 정도는 공부할 체질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지적 호기심은 지적인 질문이나 관심의 유도로 기를 수 있다. TV를 보면서, 또는 일상생활 중에서 지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눈은 겨울에만 내릴까, 물이 끓으면 왜 수증기가 나오고 주전자의 뚜껑이 들썩거릴까?” 하면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다음에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책을 보게 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아내면 칭찬이나 과자 등 선물로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 그런 식으로 아이에게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을 자극하고 성취감을 맛보게 할 수 있다.

 

두번째, 집중력은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일 중, 교육적인 놀이나 취미활동으로 기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도록 해 준다. 남아(男兒)인 경우에는 레고나 장난감의 조립으로, 여아(女兒)인 경우에는 인형 만들기나 만화 그리기로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 그 외에도 서예, 바둑, 동화 듣기, 독서 등도 가능하다. 아이의 취미나 흥미에 적합한 놀이로서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 또는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반복해서 되도록 짧은 시간에 읽도록 속독하게 해도 효과가 있다.

 

세번째, 지구력은 점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공부할 수 있는 지구력은 각 개인마다 한계가 있다. 책상 앞에서 60분 이상 견딜 수 있는 아이도 있고, 10분도 견디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그러므로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알아내 조금씩만 늘려 나가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이것은 부모의 정성과 지혜가 필요하다.

평소 아이가 책상 앞에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내, 10 % 정도를 늘리도록 요구하여 실천해낼 때 적절히 보상을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1주 이상 견딜 수 있을 때, 10 % 정도 시간을 늘리도록 하며 점진적으로 학습 시간을 늘려 나가야 한다. 이때 아이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여 성취해낸 기쁨을 맛보게 해주는 일이 중요하다.

 

중학교 2학년 담임을 할 때, 어느 학부모님이 찾아오셨다. 어떻게 하든지 우리 아이를 대학에 보내야겠는데 성적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원에 보내고 있지만 성적 향상이 안 되어 그룹지도나 개별지도로 바꾸고자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질문하셨다.

아들이 수업 중 산만하고 지구력이 부족하니 체질 개선부터 해야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학부모는 내년이면 고등학교 시험을 보는데 어느 세월에 체질 개선을 하여 성적을 향상시키느냐며 조급하게 생각했다. 결국, 아이는 학원에도 다니고, 그룹지도를 받기도 하며 성적을 올리려 했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급하다고 바늘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 없듯이, 바쁘다고 서두르기만 해서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송곳의 쇠가 물러 송곳 끝이 자꾸 무디어지는데 송곳 끝을 갈기만 해서는 안 된다. 무른 쇠를 불에 달구었다가 물에 담그길 반복해서 강철로 만들어줘야 쇠가 강해져 두꺼운 종이 묶음을 뚫을 수 있다. 그게 바로 체질 개선이요, 체질 개선의 효과다. 자녀에게 공부만 많이 하도록 시키기보다는 공부할 체질로 바꾸어 주는 일이 먼저 할 일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각기 체질이 다르다. 공부할 체질이 있고, 기술을 익혀야 할 체질이 있다. 운동할 체질이 있고 예능 방면에 소질이 있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방면에 적합한 체질을 갖추거나 소질에 맞는 공부를 해야 능률이 오른다. 따라서, 자신이 추구하는 방면의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체질을 만들거나 소질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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