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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반] 예쁜 얼굴
이름
채 찬 석
작성일
2015-09-10


예쁜 얼굴

 

장동건은 참 잘 생겼다. 배용준은 귀티가 나 세련돼 보인다. 이순재 씨는 지적이고, 백일섭 씨는 구수하며 최불암 씨는 동네 반장 같다. 안성기는 분위기가 좋고 송강호는 연기력이 뛰어나 이미지가 예술이다. 조재현은 진지해 보여서, 황정민은 편안한 친구 같아서, 최민식은 투박한 게 매력이고 권혜효는 개성이 특별해 인상적이다.

 

김태희는 산뜻하고, 전지현은 부티 나고, 김희선은 청순하다, 최지우는 영악해 보이지 않아서 편안하고, 김희애는 순수해 보여서, 송혜교는 깜찍해서 귀엽다. 김혜자 씨는 어머니 같고, 선우용녀 씨는 이모 같다. 모두 예쁜 사람들이고 아름다운 탈렌트다.

우리나라 연예인 중 누가 가장 예쁘냐고 묻는 이가 가끔 있다. 나는 누가 가장 예쁜지 몰라 대답을 잘 못한다. 아니, 모두 다 예뻐서 가장 예쁜 사람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땐, 고민하지 말고, “우리 아내가 제일 예뻐.”하고 아부나 할까 보다.

 

장미, 모란, 백합만 예쁜가? 안개꽃은 아주 작아도 은근하고, 알프스에 기차로 오를 때 앙징맞게 흔들리던 야생화도 놀랍다. 백두산 천지를 오르다 본 들꽃도 화려한 꽃잔치였다. 음식이 모두 맛있는 사람은 식도락의 취미가 없다. 굳이 맛 기행을 할 필요가 없다.

, “어떤 야생화가 가장 마음에 드느냐, 어떤 계절을 좋아하느냐, 어떤 음식이 맛있는가?” 하는 질문에 나는 대답이 참 궁하다. 제비꽃은 작은 게 새침해서 사랑스럽고, 호박꽃은 꽃 속 꿀샘의 향기가 달고, 야생화는 저 홀로 피어서 대견스럽다. 그렇게 세상에는 예쁜 꽃들이 아주 많아서 기쁘고, 시기와 장소를 달리해서 피기 때문에 늘 새롭다. 그렇게 세상이 다양해서 볼 것이 많고 살맛이 난다. 나는 사계절이 다 좋고, 맛없는 음식이 없다. 그래서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없고 가보고 싶은 맛 집도 없다.

 그렇지만 누구나 참 예쁘다!’ 하고 칭찬할 미인은 분명히 있다. 정말로 예뻐서 누구나 공주요 왕비로 여겼던 초등학교 때의 현영이가 있다. 현영이는 초등 때 같은 반이었는데 우리 반 친구들이 모두 좋아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열차로 통학을 했는데 역이나 기차 안에서 현영이를 보면 나는 부끄러워 그 옆에 가지도 못하고 멀찍이서 흘깃흘깃 훔쳐보기만 했다. 청소년 시절 가끔 꿈 속에서 현영이를 보곤 했는데 그날은 그 꿈 때문에 즐겁곤 했다.

현영이는 왜 그렇게 예뻤을까? 그 애가 웃으면 환한 달빛 같았다. 친구들과 다투지 않았고 친구들 말을 잘 들어주었다. 말과 행동이 모나지 않고 친구들에게 친절해 같은 여자애들도 좋아했다. 공부가 제일이던 시절에 우리 반에서 거의 1, 2등이었다. 집도 부유해 우리 반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특별히 공부를 잘해 담임선생님께서도 총애하셨다. 40년이 더 지난 후, 동창회에 현영이가 잘 나온다. 옛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반 친구들이 현영이에 대한 짝사랑을 이제는 스스럼없이 고백했다. 신중현의 '미인' 이란 노래에 이런 구절이 있다.

"모두 다 사랑하네. 나도 사랑하네". 미인에 대한 풍유적 정의인데 나는 매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인물이란 함께 오래 살다 보면 잘생긴 사람이나 못생긴 사람의 구별이 점점 안 된다. 함께 살다보면 예뻤던 사람도 왜 예쁜지 모르게 되고, 못생긴 사람도 어디가 못생겼는지 잘 모르게 된다. 그래서 예쁜 부인을 두고도 다른 여자를 탐하는 이가 있고, 저렇게 못생긴 추녀와 어떻게 살까 걱정하지만 의외로 그런 아내가 낭군에게 끔찍한 사랑을 받기도 한다. 잘 생기진 않았지만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산다는 말을 듣는 여자가 있고, 인물은 좋은데 인물값도 못한다며 구박받는 여자도 있다.

그런데 필자가 관찰해본 결과, 대체로 많은 사람들에게 미녀 소리를 들을 만큼 예쁜 여자가 남편에게 잘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그러나, 용모는 떨어지지만 심성이 고와 남편에게 참 잘한다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가끔 듣는다. 그걸 보면, 사람은 자신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의해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불친절을 받더라도 미녀를 우선 선택하는 사람이 있고, 미녀는 아니지만 고운 심성이 좋아서 프로포즈를 하는 경우가 있다.

배우자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이 성격(인성)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실제로 중매를 서보면 남자는 벌이가 중요하고 여자는 용모가 우선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나, 용모란 젊었을 때 중요하게 생각되는 거다. 나이가 들면 소유욕이 더 강해져서인지 모든 선택이 돈에 좌우된다.꽃은 젊어서 그 자체로 예쁘지만 결실은 나이 들어서 갖고 싶기 때문인가 보다.

 그런데 용모란, 나이가 들면 예쁜 사람이나 미운 사람이나 생김새가 비슷해져 간다. 머리가 파뿌리 같거나 벌거숭이산이 되고, 얼굴에 주름이 깊어진다. 배가 나오거나 스타일이 구겨져 보기 좋은 것과는 멀어지게 된다. 또 자주 보다 보면 처음에는 별로 였던 사람도 점점 나아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시간이 좀 지나니 예뻐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필자가 전 근무지에서 체험한 사례다. 그 학교에 부임하니 초라하게 보이는 어느 부장교사가 눈에 띄었다. 마음 속으로 참 안 예쁜 여자도 있다.’고 생각했다. 마른 체형에 피부는 햇볕에 탄 듯 약간 검었다. 눈은 뜨다 만 듯하였고, 머리숱도 적어 미모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그 부장교사는 업무추진에 대해 의논할 때, 나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의연하게 대해 주었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할 때는 자상하게 설명했다. 그 부장교사에 대한 나의 느낌이 점점 좋아졌는데, 그 교사와 함께 근무한지 1년쯤 지날 즈음, 그 교사의 얼굴이 문득 예뻐 보였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니 내게 보여준 그 선생님의 아름다운 마음씨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부터는 그 교사의 마른 몸은 날씬한 스타일로, 작은 눈은 이지적으로, 적은 머리숱은 단정하게 보였다. 평소 조용하고 품위 있는 언행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1년이 지난 후 직원들에게 그 교사가 참 예쁘게 보인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그 여선생님이 실제로는 미모가 아니었기 때문인지, 또는 그 교사의 마음씨를 잘 알고 있어서였는지 다른 교사들이 내 말에 이의를 달지 않았고, 샘도 부리지 않았다. 나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교사가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내가 총각 때 근무하던 학교에 필자보다 두 살 많은 미혼의 여선생이 세 명이 있었다. 그 중 한 여선생은 키도 늘씬하고 얼굴도 곱상하여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돋보였다. 다른 두 명의 여선생은 교제하는 남자가 없었는데, 그 여선생은 세 명의 남자와 교제를 했다. 그 여선생이 어느 날 결혼할 남자를 결정했다며, 두 남자와 헤어지게 되었다고 했다. 어떤 남자에게 헤어지겠다고 말하니 구두 티켓을 선물로 주더란다. “구두 티켓을 발로 차버린다는 뜻으로 주었겠지만 내가 그 구두를 신겠어? 그래서 핸드백으로 바꾸었지.” 하며 영리한 처신을 했다는 듯, 자랑했다. 그 여선생은 얼마 뒤에 결혼하여 시부모와 살았다. 1~2년 뒤에 소문을 들었는데 시부모와의 갈등으로 가정이 평탄하지 않았다 한다. 그 여선생이 얼굴값을 했으리라 생각했다.

 

서로 교제하다 정도 들고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했다는 게 옳은 결정일 것이다. 그런데 숨겨진 의도가 있는 정략결혼도 적지 않다. 결혼할 때 어떤 배우자를 선택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음식값이 아깝지 않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옷 사는 게 아깝지 않다고 한다. 동료 교사의 어느 부인은 평소 옷도 안 사 입고 내핍생활을 했는데 평소에 술값은 아깝지 않다고 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 남편 몰래 빚을 많이 남겨놓고 어디로 숨어버려 그 동료는 지금 학교의 관리자인데 집도 없이 자녀 둘을 혼자 기르며 15년 쯤 혼자 살고 있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 예쁜 얼굴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배우자의 경제력을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계산적인 사람도 있다. 그건 각자의 선택이다. 훗날 선택한 결과에 대해 현명한 선택이었구나하고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비교적 후회를 덜 하는 사람은 인성을 중시하고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총각 때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나 부임하게 되었는데 어느 친구가 그 학교에는 대단히 예쁜 미녀 선생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부임해서 아무리 눈 여겨 봐도 친구가 말한 미녀는 찾을 수가 없었다. 처녀 선생이 열 명은 되었는데 누가 미녀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는 여 선생은 없었다.

다만 아담한 체구에 말씨가 곱고 마음이 착해 보이는 한 여선생이 있었다 그렇지만 미인이라기에는 키도 좀 작았고 눈도 수술한 쌍커풀이었다. 그런데 반년쯤 지나 보니 그 여선생을 두고 한 말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 모든 사람에게 말을 곱게 했고 특히 마음씨가 예뻤다. , 그래서 미인이라는 말을 들었구나 싶었다.

대학 때, 시인이었던 고현 교수님은 가끔 수업 중에 이 세상에 절세가인이라고 생각할 만큼 완벽한 미인도 없는 거고, 쳐다 보기 싫을 정도로 못생긴 처녀도 없는 거다라고 했는데 나는 그 말을 매우 공감하고 있다.

예쁘고 미운 것은 처음 본 얼굴에서 느끼는 거고 오래 살면서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라 한다. 마음이 착하면 미울 수가 없고 마음이 표독스러우면 예쁠 리가 없다.

빼어난 미모의 아내와 결별하고 스타 스키선수인 린지 본과 밀회를 즐기다 그녀와도 헤어진 골프 황제 우즈. 세골렌 루아얄과 30년 동안이나 부부처럼 함께 살며 3남매를 둔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미모의 트리에르바일레르와 염문을 뿌리다 다시 배우인 쥘리 가예와의 밀회를 즐기다 세계에 공개 되었다. 세골렌 루아얄과 살며 아이를 셋이나 낳고 살 때엔 분명히 루아얄을 예뻐하며 살았으리라. 그러나, 쥘리 가예의 미모에 반해 루아얄과 헤어졌으련만 살다보니 아름다움을 모르게 되어 트리에르바일레르와의 눈을 피해 새로운 미녀, 쥘리 가예와 밀회를 즐겼을 것이다.

 젊음에도 나이가 있듯이 미모에도 한 시대가 있다. 아무리 예쁜 여자도 쪼그랑 할머니가 되는 날이 있다.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로 나온 오드리 헵번. 당시에 최고의 미녀로 세계인의 선망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60대의 나이로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며 살 때 신문에 실린 그녀의 모습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여 여느 할머니와 똑같은 노인이었다.

50년 전 남진이 불러 크게 히트했던 노래, ‘마음이 고와야지에 그 답이 있다. 그 가사에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한번만 마음 주면 변치 않는 여자가 정말 여자지.” 라는 이 말은 마음이 비단같이 고와야 미인이라는 뜻이리라.

내가 아내와 결혼한 초기, “당신. 장모님처럼 뚱뚱하면 같이 안 다녀.” 했더니, 아내는, “자기, 머리 벗어지면 옆에 안 따라가.” 했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아내는 요가를 배우고 매일 산책이나 등산을 다녀 비만을 피했다. 그런데 나는 머리가 훌러덩이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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